한국의 업계 분들과 얘기하다보면, 가끔 이런 얘기가 나오더군요. '플래시 게임 같은거 재밌긴 한데, 플레이 타임이 너무 짧아요.' 기본적으로는 맞는 얘기처럼 들립니다. 실제로 몇 달 몇 년을 게임에 붙잡아놔야 하는 '한국의 온라인 게임' 체제로써는, 플레이 타임이 짧으면 안되기도 하고요. 오래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 그것도 수없이 애드-온을 붙여가며 확장할 수 있는 게임을 원할 겁니다.

하지만... 정말로 게임의 '플레이 타임'은 길어야만 할까요?

일단 스스로의 머리속을 뒤져보세요. '플레이타임 100시간 넘었던 게임이 뭐가 있더라?' 개인적으로는 PS2용 [디스가이아]가 100시간을 넘었고, GBA용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가 300시간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일본 RPG라면 30시간 정도가 몇 개 있지만, 100시간은 커녕 50시간도 거의 없을 듯 싶군요. 의외로 '미친듯이 플레이 해 그 안에서 아예 살림을 꾸린 게임'의 갯수는, 생각보다 얼마 없을것임. [와우]를 1,000시간 할 수는 있더라도, 그 외 100시간 짜리 게임 4-5개를 더 갖고 있긴 힘들다는 거죠.

이건 당연한 겁니다. 사람은 게임만 하면서 살 수 없고, 설사 게임만 하고 살더라도 하나만 오래 붙잡기 쉽지 않거든요.

직업을 갖는다면 돈 벌어야 할 시간이 먼저니까, 어렸을 때 엔딩을 무조건 보던 RPG도 지금은 대충 잡다 끝냅니다. 아예 리뷰어 / 기자 등의 게임 플레이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더라도, '많은 게임'을 경험해야 하기에 '한 게임을 오래' 즐긴다는 건 힘들죠.

네. 현대인은 바쁩니다. 거기다 하고 싶은 것도 많기 때문에, 게임 하나를 오래 잡는다는건 의외로 큰 부담이에요. 어찌 보자면 '긴 플레이 타임'은 또 하나의 '장벽'이 되기도 합니다. 게임을 사서 모으는 분들의 블로그를 보면, '이제는 지르기만 하고 뜯어서 플레이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같은 얘기 가끔 보이는데요. 그게 바로 이런겁니다. 하고는 싶으니까 사지만, 막상 해보려면 '기나 긴 플레이 타임'에 미리 겁먹는거죠.

오히려 이렇기에, '짧고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의 존재가 어느정도 각광을 받습니다. NDS가 인기를 끈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그 중 하나는 '언제 어디서나 잠깐 즐기다 멈출 수 있다.'는 점 때문이죠. 들고 다니면서 어디서든 일단 켜서 하고, 쉴 때는 뚜껑을 닫으면 슬립이 되니까, 장시간을 해야 하는 RPG라도 가정용 콘솔이나 PC보다는 부담이 적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제가 짧은 게임만을 선호하는 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콘솔 기준) 액션 게임은 10시간, 일본 RPG는 30시간이 마지노선인거 같아요. 그보다 짧으면 이상한 거고, 조금 긴건 좋지만 너무 길면 손대기가 애매하다는 겁니다. 그래도 5분 10분, 길어봤자 4-5시간 정도로 끝낼 수 있는 게임들, 참으로 소중하고 살갑습니다.

사실 '짧은 플레이 타임'에 대한 얘기는 제가 처음이 아니고, 미국 등지의 '캐주얼 게임' 쪽에서 이미 즐겨 써먹는 개념 & 홍보의 촛점입니다. 커피 마실 시간동안 잠깐 즐길 수 있다는 의미의 '커피 브레이크(Coffe Break)' 같은 용어, 꽤 널리 쓰이고 있거든요. 물론 이쪽의 '캐주얼 게임'들은, 게임의 길이 자체가 짧다기 보다는, 한 회 즐기고 손털 수 있는 호흡이 짧다는 뜻입니다만서도.

결론적으로... '게임의 플레이타임'은 어느정도 긴 것이 좋지만, 모든 이들이 오래 잡아야만 하는 게임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짧게 즐기다 일어날 수 있는 게임들도 각자 나름대로의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미국의 '캐주얼 게임' 시장 괜히 큰게 아니죠. 짧게 손댔다가 빨리 일어날 수 있는 게임, 그런거 의외로 필요하니 말입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데... 서양의 '캐주얼 게임'은 물론 '플래시 게임'도 어느정도 상업적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플래시 게임'으로도 어느 정도는 돈 벌고 있다는 거죠. ... '플래시 게임의 상업성'에 대한 더 자세한 얘기는, 나중의 칼럼이나 게임 과외에서 하기로 하죠.

Comments

익명
2007-09-16 03:04:04

비공개 댓글입니다.

Trackbacks

No trackbacks.
이 페이지는 백업으로부터 자동 생성된 페이지입니다.

[archive.org 에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