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현장스토리] 공대를 다녔지만, 엔지니어는 아닙니다.
뭘 더 숨기겠습니까. Pig-Min의 운영자인 광님은 공대 출신입니다. 그것도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1990년대 초중반 학번이죠.
왜 그 때가 질풍노도의 시기였냐면... 국가적으로 공대를 엄청나게 밀던 시기였습니다. 어느정도였냐면 '여기 들어가서 졸업하는 학생은 앞으로 직장 걱정 전혀 할 필요 없게 태평성대가 온다'는 느낌을, 학부모와 수험생들에게 팍팍 줄 정도였습니다. 대충 그 분위기 상상 가시죠?
당시 겪은 상황은 이랬습니다. 제가 학교에 들어가던 바로 그 해, 제 모교에서는 분리되어 있던 과 3개를 1개로 합해버리는 엄청난 일을 질렀는데요. 그렇게 엄청난 통합을 거쳐, 220명(!)짜리 거대 학과를 만들어버립니다. 물론 이후에는 '학부'라는게 생기며 몇 백명이 모여있는 일이 허다해집니다만, 당시로써는 '학과' 하나가 저렇게 큰 곳은 거의 없었죠. 게다가 학번이 내려가며 더욱 더 많이 받게 되어, 나중에는 한 학번에 300명도 넘게 되었는데...
문제는 이 대인원이 끝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휴학생'과 '편입생'이 묘하게 교차하며, 비극 아닌 비극이 발생해버리죠. 공대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남자들 대부분은, 언젠가 '군대'를 가며 '휴학'을 합니다. 그럼 학생 수가 비어버리니까, 학교로써는 그만큼 인원을 채워버리기 위해 '편입생'을 받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괜찮...을까요? '휴학생'은 '복학생'으로 돌아옵니다. 2-3년 이내 거의 다 복귀하죠. 사람이 적어졌다고 더 뽑았지만, 결국 많아진채로 가게 되었죠. 가뜩이나 사람 많던 학과 미어터지게 되고, 강의실은 의자를 옆방에서 끌고와서 앉아야 될 처지가 되었...던게 문제가 아니고. 공대 학과 졸업생이 너무 많아지게 됩니다. 편입 더 받기 전에도 이미 엄청나게 많았지만서도... (물론 제 '모교'만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1. 요리장이 엔지니어가 너무 많다.
굳이 경제 원칙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가격이 내려가고,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가격이 올라간다.
는 원리는 잘 알고들 계실 겁니다.
공대를 민다고 한 뒤 선두주자로 나선 제 모교에서 학번당 220명짜리 학과를 만들었고, 매년 정원을 늘려 300명을 넘겼으며, 거기다 편입생까지 합하면 훨씬 더 많아지게 됩니다. 이 학과가 저희 학교에만 있던 특별한 곳도 아니었기에, 전국 대학을 모두 합하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숫자가 되었을 겁니다.
저야 학과 공부에 큰 관심이 없었기에 엔지니어가 아닌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학점 잘 관리한 우수한 학생들도 결코 적지는 않았죠. 나름대로 우수하거나 적어도 성실하다고는 할 수 있는 엔지니어 지망 학생들이, 너무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국가의 호응(?)을 받아 공급이 많아진 덕분에, 엔지니어의 희소성이 떨어지게 되었죠.
물론 국가의 호응을 받아 늘어난 인원만큼, 졸업 후의 행보에도 추가 지원이 있었다면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공급이 많으니 가격이 내려가게 되는 상황에 어느정도 보조를 해주어, 그 낙차를 완만하게 해주었다면 말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되지 못했고, 그 결과는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더불어 대학들의 정원이 너무 많아지던 현상도 어느정도 막아주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위에도 적었듯 제가 다닌 학교는 220명의 거대 학과로 시작해, 나중에는 그보다도 약 100명 이상의 추가 정원을 모집하게 되었는데요. '필요한 인원을 채우기 위해 육성'하겠다는 취지가, 결국에는 '너무 많이 육성'하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2. 주변인들이 공대를 들어간 후 찍게 된 스킬 트리들.
개인적으로 학과 공부에는 별 취미를 느끼지 못해서, 학과 안에서 알고 지내는 친구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모 연합 서클에 들어가, 타 학교의 학생들과 교류하고 지냈는데요. 위에도 적었듯 당시 공대가 대세였기 때문에, 학교 밖에서도 공대생들을 만날 기회가 꽤 있었습니다.
그들 중 최근 2-3년 이내에 소식을 전해들은, 비교적 가까운 기수의 선배/동기/후배들이 찍은 스킬 트리를 적어보겠습니다. 참고삼아 첨언하자면, 그들은 '학교'만 보자면 꽤 괜찮은 곳들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학과'가 아닌 '학교' 때문에 다른 스킬트리를 찍을 이유는 딱히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 엔지니어의 길.
- 공대 입학 -> 대학원 -> 대기업 연구소 병특 근무 -> 뿌리 박음 -> 약 10년차 과장.
- 공대 입학 -> 대학원 -> 미국 유학 -> 귀국 후 대기업 연구소.
* 의사의 길.
- 공대 입학 -> 의대 입학 (좀 늦게) -> 군대 -> 신경외과 레지던트.
- 공대 입학 -> 의대 입학 (좀 일찍) -> 공보의 -> 신경외과 전문병원 취업.
- 공대 입학 -> 군대 -> 한의대 입학 -> 한의원 개업.
- 공대 입학 -> 군대 -> 의대 입학 -> 가정의학과 개업.
* 법관의 길.
- 공대 입학 -> 졸업 -> 사법고시 -> 변호사 자격증 -> 개업.
- 공대 입학 -> 졸업 -> 사법고시 -> 변호사 자격증 -> (취직 or 개업 유무 잘 모름. 아마 취직을 노렸을 것임.)
'드라마 [카이스트]에 나왔던 배우들이 몇 년 후 의사 드라마에 출연했으니 한국 최고의 공대보다 의사가 나은 것 같더라.'는 개그가 돈 적이 있었는데, 어찌 보자면 굉장히 현실적이었던 설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는, 공대를 들어갔지만 이후 다른 트리(특히 의대)를 탄 경우가 너무 많으니까요.
물론 그들은 애초에 공대를 가고 싶어한게 아니라, 일단 적을 둔 후 옮긴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공부를 잘 했기에 다른 곳으로 옮기는 과정이 비교적 쉬워서 그랬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학교를 다니던 1990년대 당시에도, 공대는 묘한 존재였습니다. 공대를 육성하고 그래서 많이 뽑긴 했지만, 이른바 더 잘 벌고 안정적일만한 직업으로는 의사 / 한의사 / 법관 쪽을 얘기 했으니까요. 제 주변에 한정된 얘기일지도 모릅니다만, 공대를 들어간 후 엔지니어가 아닌 길을 걷는 사람을 너무 많이 보게 되었군요. 그것도 떠밀려서 엔지니어 외의 길을 선택한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박차고 나간 경우들을.
그래도 맨 위에 적었듯, 공대를 졸업한 후 엔지니어의 길을 걷고 있는 동기도 있습니다. 허나 한국에서 좋은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대학원에 박사과정 유학까지 갔다온, 제가 아는 선에서는 학교 내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과정을 밟은 동기가 2년차 되던 작년에 나눈 대화를 떠올려보면, 앞으로 몇 년이나 그곳에 있을 수 있을지 애매하다고 하더군요. 한국에서 엔지니어가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연구소 중 하나로 알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직을 하고자 해도 '동종 업계 3년 재취업 금지' 같은 것 때문에, 외국 회사가 아닌 한국 회사에는 옮길 수 없다고도 하고요. 비록 저는 딱히 엔지니어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에, 결국 가는 방향과 인생도 매우 다릅니다만... 얘기를 듣는 것 만으로도 참 애매하더군요.
3. 공대와 그 출신자들의 기를 살려주려면?
(1) '공대와 엔지니어를 우대한다'는 것이 진실되게 느껴질, 1-20년짜리 장기 정책이 필요.
제가 대학교에 들어간 것이 약 15년 전의 일이군요. 위에도 적었듯, 여러 공대생들이 졸업 이전부터 다른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이미 학교를 다니고 있던 시절에도, 그 정책을 믿고 따르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엔지니어들의 기를 살리지 못하는 사례가 수면 위로 마구 터져나온건, 대학교를 들어간지 약 10년 이내에 발생했던 것 같습니다.
공대를 다니는 학생 중 대다수는 남자고, 남자는 군대를 갔다오기 때문에, 입학에서 졸업까지 약 6-7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고, [스타크래프트]에서 SCV 뽑듯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죠. 그렇기에 최소한 10년은 안정적인 장기 정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10년도 짧기 때문에, 20년은 채워야 한다고 봅니다. 20대의 신입생이 엔지니어로 성장해 치킨 집을 개업할 수 밖에 없게 되는 시기가 40대, 즉 20년 후이기 때문입니다.
(2) 공대와 엔지니어에 관련된 정책을 세울 국가 기관 / 관공서에, 공대 출신 고위급 인력이 필요.
어떤 애니메이션(아마도 [건담])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던군요. "높은 분들은 그걸 모르시죠." 사실이 그러합니다.
공대생과 엔지니어는, 타 학과를 졸업한 분들과 매우 다릅니다. 사고방식 / 문제를 접근하고 해결하는 방법 / 학교에서 배워온 과정 / 먹고 사는데에 대한 걱정 등이 아주 많이 다릅니다. 즉 그들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그와 비슷한 삶을 살아온 분들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은, 공대와 엔지니어에게 뭐가 필요하고 어떤게 불만인지, 엔지니어의 삶을 안정시켜주려면 어떤 정책을 펴야 하는지, 제대로 알기가 힘드니까요.
그냥 아래에서 솟아오르는 불만과 요구사항을 수합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여태까지 그랬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니까요. 높은 곳에 '동족'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여럿, 혹은 많이 계셔야 합니다.
(3) '동종 업계 3년간 재취업 금지'는 분명히 악법이고 노예 계약임을 인정.
신문 등에 '기술 유출로 인한 손해 몇 천억' 류의 기사들이 너무 많이 실려서, 이제는 별로 신기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저게 기술 자체를 들고 나가는 산업 스파이 같은 짓이 아닌, 단순한 인력 이동에도 적용되고 있죠.
위에서 적은 제 동기 사례를 다시금 옮겨보겠습니다.
볼드 친 부분이 제일 중요. 한국에선 '동종 업계 3년 재취업 금지'입니다. 그럼 엔지니어로써 어느정도 경력과 능력을 가졌고 이직을 원하는 사람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외국으로 가야 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비교적 우수한 한국의 엔지니어들이 나가게 될 것입니다. 속칭 '고급 인력의 유출'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그러고 싶어서가 아니라, 국가의 정책이 등떠밀어서.리플에 달린 제보들에 의하면, 오히려 외국 회사로 이직을 하려 할 때 직전 회사들의 법적인 태클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합니다. 제가 들었던 얘기는 조금 다른 방식을 사용하는 거였지만 언급하기는 뭣하고, 리플에서 언급해주신 내용들은 저도 기사화된 내용을 본 적이 있으므로, 이렇게 각주로 첨부합니다. 자세한 얘기는 이 글에 적혀있는 리플을 봐주세요.
게다가 선배 세대에서 저런 일이 발생하는 걸 보는 후배 세대들은, 비교적 젊은 때 이직하는 것이 그나마 쉬우므로, 더 어린 시절부터 외국으로의 이직을 고려하게 될 것입니다. 아예 신입으로 들어가려는 경우도 많아지겠죠. 그리고 저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느니 그냥 공대 들어가지 않고 말겠다는 젊은 세대도 늘어날 것입니다. (이미 늘어났습니다.)
'동종 업계 3년 재취업 금지'는, 엔지니어보고 치킨집 노래방 대여점 하라는 얘기와 같습니다. 1-20년 뒤 (혹은 그보다 짧은 시간 내에) 치킨집을 개업하기 위해, 쉽지 않은 공대 공부를 하고 엔지니어가 될려는 사람이란 없습니다. 이건 악법이고 노예계약입니다. 한국에서 공대와 엔지니어를 정말로 육성하려 한다면, 무조건 개정되어야 할 0순위입니다.
지금까지 '공대는 다녔지만 엔지니어는 아닌', Pig-Min 운영자 광님의 글이었습니다.
이상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공계 현장스토리] 로봇 올림픽에선 한국이 2위 - 링블로그-그만의 아이디어
2008-08-25 16:10:35
숨겨진 정체 운운하니 가면 라이더가 된 느낌이지만 넘어가고.
여하건 Pig-Min은 공대 출신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ㄳ.
여하건 Pig-Min은 공대 출신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ㄳ.
왜 그 때가 질풍노도의 시기였냐면... 국가적으로 공대를 엄청나게 밀던 시기였습니다. 어느정도였냐면 '여기 들어가서 졸업하는 학생은 앞으로 직장 걱정 전혀 할 필요 없게 태평성대가 온다'는 느낌을, 학부모와 수험생들에게 팍팍 줄 정도였습니다. 대충 그 분위기 상상 가시죠?
당시 겪은 상황은 이랬습니다. 제가 학교에 들어가던 바로 그 해, 제 모교에서는 분리되어 있던 과 3개를 1개로 합해버리는 엄청난 일을 질렀는데요. 그렇게 엄청난 통합을 거쳐, 220명(!)짜리 거대 학과를 만들어버립니다. 물론 이후에는 '학부'라는게 생기며 몇 백명이 모여있는 일이 허다해집니다만, 당시로써는 '학과' 하나가 저렇게 큰 곳은 거의 없었죠. 게다가 학번이 내려가며 더욱 더 많이 받게 되어, 나중에는 한 학번에 300명도 넘게 되었는데...
문제는 이 대인원이 끝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휴학생'과 '편입생'이 묘하게 교차하며, 비극 아닌 비극이 발생해버리죠. 공대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남자들 대부분은, 언젠가 '군대'를 가며 '휴학'을 합니다. 그럼 학생 수가 비어버리니까, 학교로써는 그만큼 인원을 채워버리기 위해 '편입생'을 받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괜찮...을까요? '휴학생'은 '복학생'으로 돌아옵니다. 2-3년 이내 거의 다 복귀하죠. 사람이 적어졌다고 더 뽑았지만, 결국 많아진채로 가게 되었죠. 가뜩이나 사람 많던 학과 미어터지게 되고, 강의실은 의자를 옆방에서 끌고와서 앉아야 될 처지가 되었...던게 문제가 아니고. 공대 학과 졸업생이 너무 많아지게 됩니다. 편입 더 받기 전에도 이미 엄청나게 많았지만서도... (물론 제 '모교'만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1. 요리장이 엔지니어가 너무 많다.
노파심에서 설명하자면, 소제목은 이거 패러디입니다.
물론 문장의 단순 차용이기 때문에, 소설 내용과는 무관.
물론 문장의 단순 차용이기 때문에, 소설 내용과는 무관.
굳이 경제 원칙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가격이 내려가고,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가격이 올라간다.
는 원리는 잘 알고들 계실 겁니다.
공대를 민다고 한 뒤 선두주자로 나선 제 모교에서 학번당 220명짜리 학과를 만들었고, 매년 정원을 늘려 300명을 넘겼으며, 거기다 편입생까지 합하면 훨씬 더 많아지게 됩니다. 이 학과가 저희 학교에만 있던 특별한 곳도 아니었기에, 전국 대학을 모두 합하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숫자가 되었을 겁니다.
저야 학과 공부에 큰 관심이 없었기에 엔지니어가 아닌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학점 잘 관리한 우수한 학생들도 결코 적지는 않았죠. 나름대로 우수하거나 적어도 성실하다고는 할 수 있는 엔지니어 지망 학생들이, 너무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국가의 호응(?)을 받아 공급이 많아진 덕분에, 엔지니어의 희소성이 떨어지게 되었죠.
물론 국가의 호응을 받아 늘어난 인원만큼, 졸업 후의 행보에도 추가 지원이 있었다면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공급이 많으니 가격이 내려가게 되는 상황에 어느정도 보조를 해주어, 그 낙차를 완만하게 해주었다면 말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되지 못했고, 그 결과는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더불어 대학들의 정원이 너무 많아지던 현상도 어느정도 막아주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위에도 적었듯 제가 다닌 학교는 220명의 거대 학과로 시작해, 나중에는 그보다도 약 100명 이상의 추가 정원을 모집하게 되었는데요. '필요한 인원을 채우기 위해 육성'하겠다는 취지가, 결국에는 '너무 많이 육성'하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2. 주변인들이 공대를 들어간 후 찍게 된 스킬 트리들.
게임에 비유해 말해보자면...
지금 상황은 '엔지니어' 클래스가 기피되지만,
그렇다고 '사제'처럼 귀족 클래스도 아닌 상태.
지금 상황은 '엔지니어' 클래스가 기피되지만,
그렇다고 '사제'처럼 귀족 클래스도 아닌 상태.
개인적으로 학과 공부에는 별 취미를 느끼지 못해서, 학과 안에서 알고 지내는 친구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모 연합 서클에 들어가, 타 학교의 학생들과 교류하고 지냈는데요. 위에도 적었듯 당시 공대가 대세였기 때문에, 학교 밖에서도 공대생들을 만날 기회가 꽤 있었습니다.
그들 중 최근 2-3년 이내에 소식을 전해들은, 비교적 가까운 기수의 선배/동기/후배들이 찍은 스킬 트리를 적어보겠습니다. 참고삼아 첨언하자면, 그들은 '학교'만 보자면 꽤 괜찮은 곳들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학과'가 아닌 '학교' 때문에 다른 스킬트리를 찍을 이유는 딱히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 엔지니어의 길.
- 공대 입학 -> 대학원 -> 대기업 연구소 병특 근무 -> 뿌리 박음 -> 약 10년차 과장.
- 공대 입학 -> 대학원 -> 미국 유학 -> 귀국 후 대기업 연구소.
* 의사의 길.
- 공대 입학 -> 의대 입학 (좀 늦게) -> 군대 -> 신경외과 레지던트.
- 공대 입학 -> 의대 입학 (좀 일찍) -> 공보의 -> 신경외과 전문병원 취업.
- 공대 입학 -> 군대 -> 한의대 입학 -> 한의원 개업.
- 공대 입학 -> 군대 -> 의대 입학 -> 가정의학과 개업.
* 법관의 길.
- 공대 입학 -> 졸업 -> 사법고시 -> 변호사 자격증 -> 개업.
- 공대 입학 -> 졸업 -> 사법고시 -> 변호사 자격증 -> (취직 or 개업 유무 잘 모름. 아마 취직을 노렸을 것임.)
'드라마 [카이스트]에 나왔던 배우들이 몇 년 후 의사 드라마에 출연했으니 한국 최고의 공대보다 의사가 나은 것 같더라.'는 개그가 돈 적이 있었는데, 어찌 보자면 굉장히 현실적이었던 설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는, 공대를 들어갔지만 이후 다른 트리(특히 의대)를 탄 경우가 너무 많으니까요.
물론 그들은 애초에 공대를 가고 싶어한게 아니라, 일단 적을 둔 후 옮긴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공부를 잘 했기에 다른 곳으로 옮기는 과정이 비교적 쉬워서 그랬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학교를 다니던 1990년대 당시에도, 공대는 묘한 존재였습니다. 공대를 육성하고 그래서 많이 뽑긴 했지만, 이른바 더 잘 벌고 안정적일만한 직업으로는 의사 / 한의사 / 법관 쪽을 얘기 했으니까요. 제 주변에 한정된 얘기일지도 모릅니다만, 공대를 들어간 후 엔지니어가 아닌 길을 걷는 사람을 너무 많이 보게 되었군요. 그것도 떠밀려서 엔지니어 외의 길을 선택한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박차고 나간 경우들을.
그래도 맨 위에 적었듯, 공대를 졸업한 후 엔지니어의 길을 걷고 있는 동기도 있습니다. 허나 한국에서 좋은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대학원에 박사과정 유학까지 갔다온, 제가 아는 선에서는 학교 내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과정을 밟은 동기가 2년차 되던 작년에 나눈 대화를 떠올려보면, 앞으로 몇 년이나 그곳에 있을 수 있을지 애매하다고 하더군요. 한국에서 엔지니어가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연구소 중 하나로 알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직을 하고자 해도 '동종 업계 3년 재취업 금지' 같은 것 때문에, 외국 회사가 아닌 한국 회사에는 옮길 수 없다고도 하고요. 비록 저는 딱히 엔지니어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에, 결국 가는 방향과 인생도 매우 다릅니다만... 얘기를 듣는 것 만으로도 참 애매하더군요.
3. 공대와 그 출신자들의 기를 살려주려면?
이렇게 앞이 컴컴하다는 느낌.
하얀색이나 하늘색으로 완전 밝게는 힘들더라도,
연한 회색 / 그것도 힘들면 짙은 회색까지는 밝혀줘야 한다.
하얀색이나 하늘색으로 완전 밝게는 힘들더라도,
연한 회색 / 그것도 힘들면 짙은 회색까지는 밝혀줘야 한다.
(1) '공대와 엔지니어를 우대한다'는 것이 진실되게 느껴질, 1-20년짜리 장기 정책이 필요.
제가 대학교에 들어간 것이 약 15년 전의 일이군요. 위에도 적었듯, 여러 공대생들이 졸업 이전부터 다른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이미 학교를 다니고 있던 시절에도, 그 정책을 믿고 따르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엔지니어들의 기를 살리지 못하는 사례가 수면 위로 마구 터져나온건, 대학교를 들어간지 약 10년 이내에 발생했던 것 같습니다.
공대를 다니는 학생 중 대다수는 남자고, 남자는 군대를 갔다오기 때문에, 입학에서 졸업까지 약 6-7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고, [스타크래프트]에서 SCV 뽑듯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죠. 그렇기에 최소한 10년은 안정적인 장기 정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10년도 짧기 때문에, 20년은 채워야 한다고 봅니다. 20대의 신입생이 엔지니어로 성장해 치킨 집을 개업할 수 밖에 없게 되는 시기가 40대, 즉 20년 후이기 때문입니다.
(2) 공대와 엔지니어에 관련된 정책을 세울 국가 기관 / 관공서에, 공대 출신 고위급 인력이 필요.
어떤 애니메이션(아마도 [건담])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던군요. "높은 분들은 그걸 모르시죠." 사실이 그러합니다.
공대생과 엔지니어는, 타 학과를 졸업한 분들과 매우 다릅니다. 사고방식 / 문제를 접근하고 해결하는 방법 / 학교에서 배워온 과정 / 먹고 사는데에 대한 걱정 등이 아주 많이 다릅니다. 즉 그들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그와 비슷한 삶을 살아온 분들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은, 공대와 엔지니어에게 뭐가 필요하고 어떤게 불만인지, 엔지니어의 삶을 안정시켜주려면 어떤 정책을 펴야 하는지, 제대로 알기가 힘드니까요.
그냥 아래에서 솟아오르는 불만과 요구사항을 수합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여태까지 그랬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니까요. 높은 곳에 '동족'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여럿, 혹은 많이 계셔야 합니다.
(3) '동종 업계 3년간 재취업 금지'는 분명히 악법이고 노예 계약임을 인정.
신문 등에 '기술 유출로 인한 손해 몇 천억' 류의 기사들이 너무 많이 실려서, 이제는 별로 신기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저게 기술 자체를 들고 나가는 산업 스파이 같은 짓이 아닌, 단순한 인력 이동에도 적용되고 있죠.
위에서 적은 제 동기 사례를 다시금 옮겨보겠습니다.
물론 맨 위에 적었듯, 공대를 졸업한 후 엔지니어의 길을 걷고 있는 동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좋은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대학원에 박사과정 유학까지 갔다온, 제가 아는 선에서는 학교 내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과정을 밟은 동기와 2년차 되던 작년에 나눈 대화를 떠올려보면, 앞으로 몇 년이나 그곳에 있을 수 있을지 애매하다고 하더군요. 한국에서 엔지니어가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연구소 중 하나로 알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직을 하고자 해도 '동종 업계 3년 재취업 금지' 같은 것 때문에, 외국 회사가 아닌 한국 회사에는 옮길 수 없다고도 하고요.
볼드 친 부분이 제일 중요. 한국에선 '동종 업계 3년 재취업 금지'입니다. 그럼 엔지니어로써 어느정도 경력과 능력을 가졌고 이직을 원하는 사람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외국으로 가야 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비교적 우수한 한국의 엔지니어들이 나가게 될 것입니다. 속칭 '고급 인력의 유출'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그러고 싶어서가 아니라, 국가의 정책이 등떠밀어서.리플에 달린 제보들에 의하면, 오히려 외국 회사로 이직을 하려 할 때 직전 회사들의 법적인 태클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합니다. 제가 들었던 얘기는 조금 다른 방식을 사용하는 거였지만 언급하기는 뭣하고, 리플에서 언급해주신 내용들은 저도 기사화된 내용을 본 적이 있으므로, 이렇게 각주로 첨부합니다. 자세한 얘기는 이 글에 적혀있는 리플을 봐주세요.
게다가 선배 세대에서 저런 일이 발생하는 걸 보는 후배 세대들은, 비교적 젊은 때 이직하는 것이 그나마 쉬우므로, 더 어린 시절부터 외국으로의 이직을 고려하게 될 것입니다. 아예 신입으로 들어가려는 경우도 많아지겠죠. 그리고 저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느니 그냥 공대 들어가지 않고 말겠다는 젊은 세대도 늘어날 것입니다. (이미 늘어났습니다.)
'동종 업계 3년 재취업 금지'는, 엔지니어보고 치킨집 노래방 대여점 하라는 얘기와 같습니다. 1-20년 뒤 (혹은 그보다 짧은 시간 내에) 치킨집을 개업하기 위해, 쉽지 않은 공대 공부를 하고 엔지니어가 될려는 사람이란 없습니다. 이건 악법이고 노예계약입니다. 한국에서 공대와 엔지니어를 정말로 육성하려 한다면, 무조건 개정되어야 할 0순위입니다.
지금까지 '공대는 다녔지만 엔지니어는 아닌', Pig-Min 운영자 광님의 글이었습니다.
이상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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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현장스토리] 로봇 올림픽에선 한국이 2위 - 링블로그-그만의 아이디어
2008-08-25 16:10:35
베이징 올림픽이 일요일 막을 내렸다. 전세계인이 주목하는 축제이자 체육인들에게는 가장 값진 결실을 얻을 수 있고 세계 최고의 기량을 겨룰 수 있는 장이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이 열릴 때면 일각에서는 상업주의가 만들어낸 환상이라는 비판이 일긴 하지만 이런 세계적인 큰 대회에서 나온 성과는 국민들의 주목을 받고 새로운 체육계 꿈나무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선순환적인 측면이 있다. 또한 스포츠 의류나 IT,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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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5 14: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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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5 14: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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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5 14: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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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5 16: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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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5 17: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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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5 17: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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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5 22: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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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6 00: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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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6 09: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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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6 18: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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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7 01: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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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5 04: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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