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14/10/01~02 시점에 쓰여졌고, 스팀이 '원화 결제'를 하기 전 상황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만약 스팀이 '원화 결제'를 받으면서 한국 내의 결제대행사를 거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면, 이 글에서 주장하는 내용 중 여러 부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 이 글은 Pig-Min을 운영하는 김진성(광님, mrkwang)이라는 사람 개인의 입장에서 작성되는 것으로써, 업무 관계에 있는 다른 회사의 입장을 전혀 대변하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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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이 제시한 다음 사항들이 있었죠.

박주선 의원, "스팀 등 해외게임 서비스 통제 대책 시급하다" - 2014/09/29, Inven <1차 보도자료>
박주선 의원, “스팀, 한국서만 등급분류 안 받았다" - 2014/09/29, Inven <2차 보도자료>
박주선 의원, "중요한 것은 스팀이 아닌 한국의 법체계" - 2014/10/01, Inven <3차 보도자료>

위 보도자료의 박주선 의원 홈페이지 < 1차 보도자료, 2차 보도자료, 3차 보도자료>

박주선 의원이 제시한 주장 중 여러 게이머들이 불타오른 부분을 1줄로 정리하면 " 스팀(에서 판매되는) 게임들은 한국에서 심의를 받아야 한다."일겁니다. 이에 대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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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팀은 '한국에 유통'하고 있는가?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스팀이 '한국에 유통'하고 있냐"는 점입니다. 현재까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 외국에서 결제 가능한 신용카드로 -> 외국 사이트에 방문해서 구입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구입하는 곳도, 회사 입장에서 매출이 나오는 곳도, 모두 외국입니다. 게다가 2014년 현재 스팀을 운영하는 밸브는 한국에 지사도 없고, 한국에서 밸브가 직접 한국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스팀 게임의 홍보활동이나 광고도 하지 않습니다. 1

그냥 스팀은 전세계에 팔면서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의 주문도 받을 뿐입니다. 스팀은 '한국에 유통'하고 있지 않습니다. 단 앞에서도 말했듯 스팀이 '원화' 결제를 받으며 한국 내에서 매출이 발생하게 된다면, 이 글에서 말하는 내용과 해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원화 결제는 물론 한국 안에서 결제를 받지 않는 것이 스팀에게 최상입니다.

왜 '한국에 유통'하냐 아니냐가 중요하냐면, 게임 심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1조(등급분류) 1항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제21조(등급분류)게임물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하게 할 목적으로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고자 하는 자는 당해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기 전에 위원회로부터 당해 게임물의 내용에 관하여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해당 법률에는 '게임물을 유통'까지 써있지만, 상식적으로 '한국에 유통'으로 봐야할 것입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유통하는 업체에게 한국법을 적용할 이유도 필요도 없을테니까요.

단순히 한국인들이 많이 가서 구입하는 외국 사이트를 '한국에 유통'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직구'를 위해 많은 한국인들이 방문하는 해외의 여러 사이트들 또한 '한국에 유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아마존'은 'BC 글로벌 카드'와 함께 '(미국에서 한국으로) 배송비 무료 이벤트'를 2014/01/19까지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한국인들이 아마존에서 구입하기 때문에 이런 이벤트를 했겠지만, 그렇다고 아마존이 '한국에 유통'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분은 없을겁니다.

아래에 적겠지만, 만약 '한국인들이 많이 가서 구입하는 외국 사이트'를 '한국에 유통'하는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심의' 이전에 다른 문제가 더 많이 걸리게 됩니다.



2. 스팀(혹은 스팀 게임)이 '한국어'를 제공하니까 '한국에 유통'하는 것이다?

위와 같이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크게 2가지 얘기할 거리가 있습니다.

우선 한국에 유통되는 게임 중에서도 '한국어'가 없는게 많습니다. '일본어'나 '영어'로 한국에 유통되는 게임도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어'라는 '언어'를 기준으로 '한국에 유통'된다고 보기는 좀 무리가 있습니다. 한국 내에서 한국 거주자를 대상으로 판매되는 것을 '한국에 유통'된다고 봐야 합니다.

다음으로 '한국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나 쇼핑몰이 꼭 '한국 거주자'를 대상으로 하는건 아니라는 겁니다. '한국어'를 사용하면서도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은 많습니다. 교포 혹은 유학생들이죠. 2012/02/12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예상 재외선거권자가 223만여명이었다고 합니다. 2014/06/30 기준 대전광역시 인구가 150만여명이니, 대전광역시의 인구보다 훨씬 많은 '한국어'를 사용하면서도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셈입니다.

위 이야기들에 대해 억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표시되는 언어가 반드시 해당 지역의 유통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든 예입니다.


3. 만약 스팀이 '한국에 유통'하고 있다면, '심의' 이전에 '사업자 등록' - '세금 신고' - '통신판매업자의 신고' 등을 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만약 스팀이 '한국에 유통'하고 있다면 한국법과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박주선 의원도 그래서 지적한걸거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스팀이 '한국에 유통'하고 있다면, '심의' 이전에 신경써야 할 부분이 더 있습니다. '사업자 등록' - '세금 신고' - '통신판매업자의 신고' 등입니다.

여기서 '사업자 등록'과 '세금 신고'는 어떤 품목을 다루는 어떤 형태의 회사냐에 따라 다를테니, 이 글에서는 넘어갑니다. 상식적으로 '한국에 유통'하고 있는 회사라면 '사업자 등록'과 '(수익에 대한) 세금 신고(및 납부)'를 해야하겠죠. 특히 '세금'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가장 까다롭게 다루는 부분이라, 오히려 '심의'보다 먼저 출동할만합니다.

참고로 '부가가치세(소비세, VAT)'는 '최종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세금'으로써 판매자가 아닌 소비자에 달려있으니, 지금 다루는 내용과는 관계없다고 봐도 좋을거 같습니다. 더불어 한국 기준에서 '관세'는 '수입 물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써 이미 수입 통관시 지불할테니 '한국 안에서 유통'하는 것과 관계 없고요. 게다가 관세청 홈페이지의 '관세행정안내' 세부 항목인 '개인용품' 중 '전자상거래' 항목에 따르면 " on-line 전자상거래를 통한 무형의 제품 수입은 국제기구에서 무관세화 하기로 잠정 결정하고 있어 관세부과 대상이 아닙니다."

여기서 주로 얘기하고 싶은건 ' 통신판매업자의 신고'입니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을 살펴봐주세요.
제10조(사이버몰의 운영) ①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이버몰의 운영자는 소비자가 사업자의 신원 등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총리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표시하여야 한다. <중략>
제12조(통신판매업자의 신고 등) ① 통신판매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공정거래위원회 또는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중략>
한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한국 내에 뭔가를 팔려면, '통신판매업자'로써 '신고'도 해야하고, '사이버몰의 운영자'로써 '사업자등록번호' 등의 정보를 적어두어야 합니다. 이건 온라인 서점인 알라딘이나 예스24를 비롯해, 온라인 게임 사이트인 리그 오브 레전드배틀넷의 [하스스톤] 같은 특정 게임 페이지는 물론, 스팀 게임의 키를 한국에 공식 유통하며 판매하는 다이렉트게임즈게임토르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홈페이지 하단에 적습니다.

'스팀'이 '한국에 유통'하고 있는게 맞다면, '심의'까지 가기도 전에 '사업자 등록' - '세금 신고(및 납부)' - '통신판매업자 신고'에서 먼저 걸립니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스팀을 운영하는 밸브는 한국에 지사도 없고 & 스팀의 매출이 한국 안에서 발생하지도 않습니다.


4. 스팀이 '한국에 유통'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한국인들이 많이 가서 사니 한국에서 제약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많으실겁니다. 스팀이 '한국에 유통'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이 가서 사니 한국법을 적용하고 한국 정부기관에서 제약할 필요가 있다고 말이죠. 그에 대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이 글에서 http://warning.or.kr/의 가능성은 생략합니다. 그렇게 하면 '심의를 받고 한국에 유통중인 게임'까지 모두 막히는데다, 2014/10/01 기준 warning.or.kr의 금지항목에 '도박'은 있지만 '게임물'은 없습니다.

만약 한국의 정부 기관에서 제약을 가하려면 새로운 법을 만들거나 기존 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정부기관은 그냥 움직일 수 없고, 그 행동의 기반이 되는 법을 필요로 합니다. 국회에서 만들어 통과시켜야하는데, 의원분들 바쁘셔서 입법 자체가 힘들 가능성은 일단 생략합니다. 참고로 신의진 의원의 속칭 '게임중독법'인 ' 중독 예방ㆍ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을 보면, 2013/04/30에 처음으로 제안되었으나 1년5개월이 지난 2014/10/02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무슨 법을 만들거나 개정해야 할까요?

'심의' 관련이라면 '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일텐데요. 놀랍게도 2006/04/28 제정된 이 법은 2014/08/07에 시행된 법률까지, 다른 법을 바꾸면서 수정한 타법개정을 포함해 18차례나 개정되었습니다. 만약 이 법을 개정함으로써 스팀 등을 제약할 수 있었다면 벌써 했었을 겁니다. '개인이 외국에서 사오는 유무형의 물품에 대한 제약과 심의'가 되기 때문에 함부로 개정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 관세법' 쪽은 개인 사용을 목적으로 한 ' on-line 전자상거래를 통한 무형의 제품 수입은 무관세'니까 애시당초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만약 관세 징수해도 소비자들이 돈 더 주고 사겠다면 끝이죠.

'한국인이 많이 가서 사는 해외 사이트나 쇼핑몰에 대한 제약'을 '전자상거래'로 접근한다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 되겠지만, 법을 아무리 고쳐도 '해당 사이트를 막아버린다' 외에는 해외 사업체를 한국에서 제약할 방법이 없습니다. 물론  해당 국가 정부에 제시하거나 협조 요청을 보낼 수는 있겠습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많이 사갈수록 해당 국가에서는 수출 증대에 증세 늘어나니 '제약해달라'는 요구를 쉽게 따라줄리도 없을 것이고, 만약 따라준다면 다른 이득을 한국 정부에게서 얻어가겠죠.

아예 '해외 직구 금지 특례법' 같은걸 만들어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개인 구입을 완전히 막아버린다면? 그런게 가능하다면 '해외 직구'때문에 직격타를 입는 대형 유통 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쪽에서 벌써 통과시켰겠죠. 법률 발의 단계에서 국내의 소비자들은 물론 해당 국가에서도 강력한 반대와 불만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직구하는 실물상품은 반발이 클테니 건드리지 말고, 'on-line 전자상거래를 통한 무형의 제품 수입 금지 특례법'을 만든다면? 사실상 여기 주로 걸릴 사이트는 스팀 하나일텐데 그거 하나 막자고 별도의 법을 만들기는 일이 너무 클겁니다. 앞에도 적어놨듯, 신의진 의원의 속칭 '게임 중독법'은 1년 5개월이 지났는데도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Pig-Min 주
  1. 과거 스팀 PC방이라는게 있다고는 들었습니다만 밸브가 한국에 직접한 것도 아니라 한국의 다른 회사가 운영했다고 함은 물론, 그때와 지금의 상황이 매우 다르니 이 글에서는 생략합니다.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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