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블 인디 번들(Humble Indie Bundle)과 그 후계자들, 인디 게임의 새로운 구매방식. - by 박영민
2010/05/11 세계는 ‘험블 인디 번들(Humble Indie Bundle)’이라는 새로운 게임 판매 방식을 맞이하게 됩니다. ‘원하는 만큼만 돈을 내고 / 이 많은 게임들을 / DRM 없이 다 가져라’는 신개념 판매 방식은, 인디 게임을 넘어 전체 비디오 게임 디지털 유통 역사상 ‘혁명’이나 다름없었습니다. ‘8등신 토끼 액션 게임’ [루가루(Lugaru)]를 만들었고 현재 후속작 [오버그로쓰(Overgrowth)]를 제작중인, 울파이어(Wolfire)라는 기술 긱(geek) 중심의 인디 게임 개발사에서 시작한 일입니다.
험블 인디 번들은 예고 없이 갑자기 시작해 2주일간 한시적으로 진행됩니다. 게이머는 내고 싶은 만큼 지불하고(pay what you want) 살 수 있습니다. 1$를 내도 되고 3,000$를 내도 좋습니다. 한 번 결제하면 제공되는 게임 여러 개(보통 4-7개)를 구입하고 2곳 복지단체에 기부도 할 수 있습니다. 복제방지장치인 DRM도 없는데다, 원하면 스팀이나 데수라(Desura) 구매 목록에 추가도 가능합니다.
보너스로 주는 게임도 순차적으로 추가되는데다, 3회 당시 평균가격 이상을 지불하면 2회 때 제공한 게임 5개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공지 올라오기 전에 구입한 사람들은 가격 상관없이 다 받을 수 있었고요. 2회 때도 1회를 이렇게 제공했고, 이후에도 종류를 바꾸며 이런 방식 사용 중입니다. 가격도 내 맘대로에 불편한 DRM도 없습니다. 게이머라면 지름의 유혹을 이길 재간이 없는 것입니다.
결과는? 대박 났습니다. (최근의 복사트론 번들 빼고) 5번에 걸쳐 열린 험블 인디 번들의 총 매출만 7백만$를 넘고, 90만$ 매출을 올린 프로즌바이트 번들을 제외하면 모든 회차가 1백만$ 넘는 매출을 올렸습니다. 1백만$는 10억원이 넘는 돈입니다. 2주일간 10억원의 총매출, 그것도 ‘신작’도 아닌 ‘시간 지난 구작 묶음’으로 이만큼 올린 것입니다. 보통 5개 게임이 참여하는데, 수수료와 기부를 제외한 다음 1/10만 받는다 가정해도 각각 1억원이 넘습니다. 대박신화 [월드 오브 구(World of Goo)]나 [브레이드(Braid)]에게는 흐뭇한 추가 수익 정도였겠지만, 덜 유명한 게임들에게는 고수익을 올릴 좋은 기회가 되었겠죠. ‘한 두 개 쯤은 이미 샀던 사람들’도 지갑을 연다는걸 감안하면 더더욱 훌륭한 추가 수익의 기회고요.
그런데 험블 인디 번들은 단순한 판매 방식이 아닙니다. 추가적인 의미가 더 있습니다. 우선 위에서도 말한 ‘기부’를 얘기할 수 있겠군요. 험블 인디 번들에서는 단순히 게임을 구입하는 게 아니라 기부도 하게 됩니다. 심지어 개발자들에게 돈 안 주고 기부’만’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평소에는 사회 참여에 관심이 없던 게이머라도 ‘게임과 관련된 사회단체’에 자연스럽게 기부를 하게 됩니다. 게임 가격에 포함되니 추가적인 부담도 없고, 뭔가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기분도 좋아집니다. 험블 인디 번들의 입지가 좀 더 튼튼해지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짐작이지만, 이 기부가 험블 인디 번들 참여한 게임 개발자들의 세금 대책도 될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험블 인디 번들은 ‘불법복제를 썼던 사람들에 대한 면죄부’입니다. 악질적인 복제자 들은 답이 없지만, ‘내가 지금 돈이 없어서’라던가 ‘사고는 싶은데 너무 비싸서’ 같은 생각 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단 돈 1$로도 정품 구매한 멋쟁이가 될 수 있습니다. 없어 보이는 폭탄 세일도 아니고 세계적으로 1-20만명이 참여하는 거대 행사에서요. 물론 이래도 복제는 돌고 토렌트는 바쁩니다만, 끌어올 수 있는 중도파는 마음 속 어딘가에 박혀있던 가시를 뽑아낼 기회가 된 것입니다. 의외로 자발적인 높은 가격 지불도 높은 편이라 평균치도 1$보다는 훨씬 높고요.
더불어 인디 게임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수익원 창출과 활력소를 제공합니다. 험블 인디 번들 행사는 굉장히 큰 주목을 받고, 순간적으로 전 세계 게임 매체들을 통한 엄청난 노출이 발생합니다. 물론 1-20만명이나 되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구입하기 때문에, 이 행사 후 추가 판매가 일어나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알려지고 충분히 팔았던 게임들에게는 흐뭇한 추가 수익을,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게임들에게는 의미 있는 추가 매출과 후속작 마케팅에 사용 가능할 높은 지명도를 제공합니다.
추가로 이건 놀랍거나 혹은 당연한 일인데, 구매자 top 10 리스트를 통해 광고 효과를 노리기도 합니다. ‘너무 긴 주소를 그대로 써버린’ 1회 때문에 2회부터는 1줄만 쓸 수 있게 바뀌었지만, 대신 트위터 계정을 링크해 클릭 유입을 노리고 있습니다. 험블 인디 번들이 2주 정도 진행되므로, 시작점에서 3,000$ 정도 넣으면 2주간 엄청난 노출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광고비 vs 효과로 보자면 애매한 측면도 있지만, 험블 인디 번들이 ‘단기간에 수많은 버즈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한번쯤 해볼만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이 요소는 아래 설명할 인디 로얄(Indie Royale)에서도 계승되고 있습니다.
험블 인디 번들은 놀라운 행사입니다. 단순히 인디 게임을 넘어 비디오 게임 전체를 통틀어도 놀랍습니다. 그래서 (어디서 수익을 뽑아내려는지 이해는 안 가지만) 벤쳐 캐피탈을 통해 4백7십만$의 펀딩을 받기도 했습니다. ‘잦은 번들로 신작의 구매 의욕을 축소시킨다’는 우려도 있지만, 어차피 스팀도 폭탄 세일 자주하니 험블이 없더라도 폭탄 세일은 자주 있습니다. 더불어 험블 인디 번들 구매자가 20만명 / 인디 로얄은 3-4만명 정도인데, [테라리아] 출시 9일동안 20만 판매 / [림보] 전 플랫폼 1백만 판매를 생각하자면 시장 전체가 아닌 ‘일부’만 구입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인디 로얄(Indie Royale) 등의 유사한 행사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슬슬 험블 인디 번들도 피로도가 쌓이는 느낌이고, 어디서 뭘 하더라도 험블 인디 번들의 초창기 감동만큼은 따라갈 수 없겠지만, 개발사와 구매자가 모두 행복해지는 길 앞으로도 계속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험블 인디 번들 3에서 제공한 게임들.
험블 인디 번들은 예고 없이 갑자기 시작해 2주일간 한시적으로 진행됩니다. 게이머는 내고 싶은 만큼 지불하고(pay what you want) 살 수 있습니다. 1$를 내도 되고 3,000$를 내도 좋습니다. 한 번 결제하면 제공되는 게임 여러 개(보통 4-7개)를 구입하고 2곳 복지단체에 기부도 할 수 있습니다. 복제방지장치인 DRM도 없는데다, 원하면 스팀이나 데수라(Desura) 구매 목록에 추가도 가능합니다.
보너스로 주는 게임도 순차적으로 추가되는데다, 3회 당시 평균가격 이상을 지불하면 2회 때 제공한 게임 5개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공지 올라오기 전에 구입한 사람들은 가격 상관없이 다 받을 수 있었고요. 2회 때도 1회를 이렇게 제공했고, 이후에도 종류를 바꾸며 이런 방식 사용 중입니다. 가격도 내 맘대로에 불편한 DRM도 없습니다. 게이머라면 지름의 유혹을 이길 재간이 없는 것입니다.
결과는? 대박 났습니다. (최근의 복사트론 번들 빼고) 5번에 걸쳐 열린 험블 인디 번들의 총 매출만 7백만$를 넘고, 90만$ 매출을 올린 프로즌바이트 번들을 제외하면 모든 회차가 1백만$ 넘는 매출을 올렸습니다. 1백만$는 10억원이 넘는 돈입니다. 2주일간 10억원의 총매출, 그것도 ‘신작’도 아닌 ‘시간 지난 구작 묶음’으로 이만큼 올린 것입니다. 보통 5개 게임이 참여하는데, 수수료와 기부를 제외한 다음 1/10만 받는다 가정해도 각각 1억원이 넘습니다. 대박신화 [월드 오브 구(World of Goo)]나 [브레이드(Braid)]에게는 흐뭇한 추가 수익 정도였겠지만, 덜 유명한 게임들에게는 고수익을 올릴 좋은 기회가 되었겠죠. ‘한 두 개 쯤은 이미 샀던 사람들’도 지갑을 연다는걸 감안하면 더더욱 훌륭한 추가 수익의 기회고요.
가장 최근에 했던 프로즌 시냅스(Frozen synapse) 번들 판매 결과. ‘프로즌 시냅스’라는 게임 하나를 기반으로 추가 게임 2개가 더 붙은 형태였는데, 게임 하나니까 평균 가격은 4.81$로 낮았음에도, 23만명 이상이 참여해서 110만$(12억원) 이상 모았다. 평균가 이상 지불자에게는 프로즌바이트 번들을 주기도 하는 등의 추가 참전이 있어서 전부 가져가지는 못했겠지만, 50%만 받아도 6억 원 이상.
그런데 험블 인디 번들은 단순한 판매 방식이 아닙니다. 추가적인 의미가 더 있습니다. 우선 위에서도 말한 ‘기부’를 얘기할 수 있겠군요. 험블 인디 번들에서는 단순히 게임을 구입하는 게 아니라 기부도 하게 됩니다. 심지어 개발자들에게 돈 안 주고 기부’만’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평소에는 사회 참여에 관심이 없던 게이머라도 ‘게임과 관련된 사회단체’에 자연스럽게 기부를 하게 됩니다. 게임 가격에 포함되니 추가적인 부담도 없고, 뭔가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기분도 좋아집니다. 험블 인디 번들의 입지가 좀 더 튼튼해지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짐작이지만, 이 기부가 험블 인디 번들 참여한 게임 개발자들의 세금 대책도 될 것 같습니다.
아픈 어린이 환자들의 병원에 게임을 기부하는 자선단체. 유명 게임 웹툰 페니 아케이드(Penny Arcade) 사람들이 주축이 된 단체로써, 미국의 게임 관련된 자선 단체 중 가장 잘 알려진 곳 중 하나다. http://www.childsplaycharity.org/ ‘아픈 어린이들 도우면 좋다는 거 알겠는데 나는 돈이 없다’는 분들도 험블 인디 번들 통해 게임을 구입하며 기부 가능.>
다음으로 험블 인디 번들은 ‘불법복제를 썼던 사람들에 대한 면죄부’입니다. 악질적인 복제자 들은 답이 없지만, ‘내가 지금 돈이 없어서’라던가 ‘사고는 싶은데 너무 비싸서’ 같은 생각 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단 돈 1$로도 정품 구매한 멋쟁이가 될 수 있습니다. 없어 보이는 폭탄 세일도 아니고 세계적으로 1-20만명이 참여하는 거대 행사에서요. 물론 이래도 복제는 돌고 토렌트는 바쁩니다만, 끌어올 수 있는 중도파는 마음 속 어딘가에 박혀있던 가시를 뽑아낼 기회가 된 것입니다. 의외로 자발적인 높은 가격 지불도 높은 편이라 평균치도 1$보다는 훨씬 높고요.
더불어 인디 게임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수익원 창출과 활력소를 제공합니다. 험블 인디 번들 행사는 굉장히 큰 주목을 받고, 순간적으로 전 세계 게임 매체들을 통한 엄청난 노출이 발생합니다. 물론 1-20만명이나 되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구입하기 때문에, 이 행사 후 추가 판매가 일어나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알려지고 충분히 팔았던 게임들에게는 흐뭇한 추가 수익을,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게임들에게는 의미 있는 추가 매출과 후속작 마케팅에 사용 가능할 높은 지명도를 제공합니다.
추가로 이건 놀랍거나 혹은 당연한 일인데, 구매자 top 10 리스트를 통해 광고 효과를 노리기도 합니다. ‘너무 긴 주소를 그대로 써버린’ 1회 때문에 2회부터는 1줄만 쓸 수 있게 바뀌었지만, 대신 트위터 계정을 링크해 클릭 유입을 노리고 있습니다. 험블 인디 번들이 2주 정도 진행되므로, 시작점에서 3,000$ 정도 넣으면 2주간 엄청난 노출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광고비 vs 효과로 보자면 애매한 측면도 있지만, 험블 인디 번들이 ‘단기간에 수많은 버즈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한번쯤 해볼만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이 요소는 아래 설명할 인디 로얄(Indie Royale)에서도 계승되고 있습니다.
최근 종료된 프로즌바이트 번들의 top 10 리스트. 게임 하나였기 때문에 기존 번들보다는 top 10 기부액 하나 하나가 적은 편이지만, 트위터 계정 연동해 노출 노린게 5개나 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인크래프트의 @notch가 무조건 하나 먹는다 쳐도 그 외 노출은 가능.
험블 인디 번들은 놀라운 행사입니다. 단순히 인디 게임을 넘어 비디오 게임 전체를 통틀어도 놀랍습니다. 그래서 (어디서 수익을 뽑아내려는지 이해는 안 가지만) 벤쳐 캐피탈을 통해 4백7십만$의 펀딩을 받기도 했습니다. ‘잦은 번들로 신작의 구매 의욕을 축소시킨다’는 우려도 있지만, 어차피 스팀도 폭탄 세일 자주하니 험블이 없더라도 폭탄 세일은 자주 있습니다. 더불어 험블 인디 번들 구매자가 20만명 / 인디 로얄은 3-4만명 정도인데, [테라리아] 출시 9일동안 20만 판매 / [림보] 전 플랫폼 1백만 판매를 생각하자면 시장 전체가 아닌 ‘일부’만 구입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인디 로얄(Indie Royale) 등의 유사한 행사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슬슬 험블 인디 번들도 피로도가 쌓이는 느낌이고, 어디서 뭘 하더라도 험블 인디 번들의 초창기 감동만큼은 따라갈 수 없겠지만, 개발사와 구매자가 모두 행복해지는 길 앞으로도 계속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5개 게임을 5$에 제공한다는 ‘5 for 5$ bundle’. 험블 인디 번들만큼 대규머 성공은 거두지 못했지만 소기의 성과는 거둔 듯. ‘양말 대신 게임을 사라’는 도메인 주소(http://www.buygamesnotsocks.com/)가 돋보이기는 한데, 효율적으로 사용되지는 못한 느낌이다.
후발주자로써 좀 더 상업적인 목적에 가까운 인디 로얄. Indiegames.com 운영진과 신규 샵 데수라(desura)가 합작으로 시작한 서비스로써, ‘사람들이 구매할수록 최저가격이 올라가지만 / 높은 가격으로 구입하면 이후 구매자들의 최저가를 낮출 수 있다’는 특이한 형태를 띄고 있다. (가격 변동 구경하는 재미가 굉장하다!) 2주마다 새로운 번들을 선보인다면서 후속 3개까지 4탄까지 준비해놓은 것도 특징. 칼럼 작성 현재 2회차인 2nd difficult bundle 진행중. 참고로 여기는 갑자기 시작하는 험블과 달리 행사의 시작 시간을 공지하기 때문에, ‘서버 다운’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개발중인 알파 버전’을 판매하는 험블 복사트론 데뷰(Humble Voxatron Debut). 기존의 완성작을 묶어 파는 형태에서 좀 더 나아가, 선주문(프리오더) + 데뷰를 험블에서 수행하게 된 셈이다. 위 칼럼을 작성하고 나서 시작된 행사라 그림에서 추가 언급 정도로 넘어간다. 이것 때문에 뒷북이 되어버렸지만, 인디로얄도 1달쯤 뒤에 ‘디 알파 펀드 번들(The Alpha Fund Bundle)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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