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PC 게임의 유통은 디지털로 거의 다 넘어갔다. 2009년 방문한 뉴욕의 게임스탑 3군데서 패키지를 구경조차 하기 힘들었음은 물론 ‘PC 게임은 gamestop.com 사이트에서 다운로드로 구입하세요’ 식의 문구가 눈에 잘 띄게 박혀있을 정도였다. 게임스탑이 다운로드 판매 시스템 스타독(Stardock)를 구입해 서비스하게 된 것이 2011년 3월이었는데, 자신들의 사이트에서 대충 판매하던 시절에도 매장에서 저런 광고를 하고 있었던 거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PC 게임 즐기는 분들 상당수가 스팀(Steam)을 사용하고 있다. 얼마나 편한지 잘 알고 계실 것이다. 물론 초기의 스팀은 끔찍했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써드파티 게임들과 충돌이 잦았다. 하지만 현재 스팀은 괜찮은 기능과 적절한 안정성을 제공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사실, 인터넷에서 게임을 스팀 같은 거대 샵에서만 사고 팔 수 있는 건 아니다. 어지간한 인디 게임들은 자신들의 홈페이지에서도 직접 팔고 있다. 과금 모듈이나 다운로드 제공은 어떻게? 우편으로 돈을 보내고 코드를 받던 셰어웨어의 전통이 인터넷으로 살며시 옮겨와 남아있다. 비엠티마이크로(BMTMicro)나 플라이머스(Plimus) 등의 서비스에서 결제 모듈과 파일의 다운로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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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mtmicro.com/ 비엠티마이크로는 직접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상점이 아니다. 결제 모듈과 다운로드 기능 등의 솔루션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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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나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각각의 홈페이지에 판매 링크를 걸고 그걸 찍으면 이런 식으로 결제 메뉴가 나온다. 모든 결제는 비엠티마이크로를 통해 이루어지지만 비엠티마이크로가 포탈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해외 인디 게임 계에서는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홈페이지에서 직접 판매를 많이 한다. 스팀(Steam)에 들어가 있더라도 자체 판매도 병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구매자의 성향에 따라 특정 상점에서 구입하기 보다 직접 사는걸 원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상점이 아니라 솔루션만 제공하다 보니 수익 셰어의 비율도 샵보다 좀 높은 편이고, 시대의 추세인 DRM-FREE, 즉 어떤 복제 방지도 달려있지 않은 상태를 선호하는 구매자도 의외로 많이 있다. ‘이렇게 훌륭한 게임을 만든 님께 한 푼이라도 더 드리겠다!’ 식으로 움직이는 구매자도 약간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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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adjeteyegames.com/ 와드젯 아이 게임즈(Wadjet Eye Games)의 경우 스팀을 비롯해 온갖 샵에 다 들어가있지만 비엠티마이크로를 사용한 자체 상점에서도 꾸준히 팔고 있다. 출시 직전에만 판매하는 ‘특별 패키지’가 일품.

그런데 안타깝게도 비엠티마이크로와 플라이머스 등의 서비스에는 미묘한 문제점들이 있다. 우선 ‘소프트웨어’를 주요 대상으로 한다. ‘게임’이 주 대상이 아니라는 거다. ‘소프트웨어’ 전반에 걸친 판매 솔루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게임’에 특화되어 있지는 않다. 다음으로 UI 등이 미묘하게 구식이다. 셰어웨어의 전통이 살며시 옮겨온 것까지는 좋은데 그 후 발전이 없다. 좀 더 섹시하고 멋지게 진화할 수 있을 텐데 거기까진 못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납득가지 않는 부분들이 좀 있다. 꽤 각광받던 서비스였던 플라이머스는 최근 몇 년간 치명적인 실수를 여러 차례 저질러 많은 게임 개발자들이 비엠티마이크로를 쓰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비엠티마이크로가 훨씬 좋은 건 아니다 오랫동안 알려진 거대 서비스 중 그나마 쓸만하다고 인식되기 때문에 많이들 옮겨가 사용할 뿐이다.

분명히 인디 게임 시장은 커졌다. 스팀 등의 샵을 통해 판매되는 숫자도 많지만, 사이트 자체에서 개발자 본인에게 직접 구입하려는 수요도 어느 정도 있다. 그런데 기존의 과금 모듈은 게임 전문도 아닌데다 낡았다.

이 상황을 평정하기 위해 험블 스토어(Humble Store)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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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고 있을 바로 그 험블 인디 번들의 회사에서 한다. 개발사 울파이어(Wolfire)에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오버그로쓰(Overgrowth)’의 개발팀과 험블 비즈니스가 같은 회사 안에서 별도 부서처럼 존재한다고 봐도 좋을 듯 싶다.

써보신 분들은 다들 알 것이다. 험블 인디 번들이 제공하는 결제 관련 시스템은 매우 좋다. 페이팔(Paypal) – 아마존 페이먼트(Amazon Payment) – 구글 체크아웃(Google Checkout) 3종류 중 하나를 사용할 수 있다. 개인 정보는 이메일만 적으면 된다. 결제 직후 제공되는 링크를 통해 파일을 간편하게 다운받을 수 있다. 이걸 험블 인디 번들에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비엠티마이크로처럼 외부 사이트에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것이 바로 ‘험블 스토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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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grimrock.net/store/ 최근 발매되어 큰 인기를 모으는 1인칭 던젼 RPG ‘레전드 오브 그림락(Legend of Grimrock)’도 험블 스토어 사용 중. DRM-프리 버전을 받을 수 있음은 물론 스팀 키도 제공한다는 부분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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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오브 그림락’을 결제해보았다. 험블 인디 번들의 결제 결과와 똑같이 나온다. (‘험블 번들’ 문구는 추후 변경할 듯 싶다.) 아직까지는 프리 오더 보너스로 제공하던 사운드트랙 등을 추가 제공하기도 하니 스팀에서 사실 분들은 본점에서 구입하는 것도 좋겠다.

사실 이런 기능 중 대부분은 비엠티마이크로 등에서도 이미 제공하고 있던 것이다. 페이팔 등 총 3군데의 카드 결제 시스템을 제공한다는 것 외에는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허나 좀 더 현대적이다. 주문창도 굉장히 깔끔하고 섹시하다. 게다가 험블 인디 번들이 워낙 유명해져서 게이머들에게 신뢰도 또한 엄청나게 높아졌다. 험블 사이트의 설명(http://www.humblebundle.com/jobs)에 의하면 70만명 이상의 고객들이 험블 인디 번들을 구매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인디 게임을 사이트에 가서 직접 살법한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험블 서비스를 이미 써봤을 것이고, 대부분은 그 형태를 좋아할 것이다. 최소한 구태의연한 비엠티마이크로보다는 훨씬 좋아할 것이다.

현재 험블 스토어는 알파 단계고 인증 받은 소수의 개발자만 사용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 분명히 일반 개발자들에게도 문호를 넓힐 것이다. 수많은 인디 게임들이 험블 스토어를 제공하고 그를 통해 구입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험블 스토어는 규모의 경제를 실천해, 많은 양의 결제 진행과 데이터 다운로드를 지원하며 건당 소요비용을 극적으로 낮추며 엄청나게 성장할 것이다. 그들과 함께 열리게 될 인디 게임계의 신세계,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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