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Pig-Min에서는 [피스메이커(Peacemaker)]의 리뷰를 업데이트 했습니다. 사실 이 게임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좀 오래된 일이죠. 마니페스토 게임즈(Manifesto Games)의 CEO 인터뷰를 할 때도 언급되었고, 그 전에도 이 게임의 존재 자체는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감히 리뷰하지 못했는데, 해외의 어떤 리뷰를 봐도 '어렵다'는 얘기가 무조건 들어갔기 때문이죠. 저는 정치나 세계 정세에 그다지 큰 관심도 없고, 딱히 어려운 게임을 능숙하게 할줄 아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동안 고민하다가, 신규 리뷰어 isdead님을 영입해 드디어 해결할 수 있게 되었죠.

그리고 이 게임을 Pig-Min에서 다루게 된 것은 그 게임이 너무나 훌륭하다기 보다, 누군가는 한국어로 제대로 된 소개를 해야 할 중요한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는 어느정도 이상 화제거리가 되고 있어, 점을 찍고 넘어가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기도 했죠.

그렇다면 이 게임은 왜 중요할까요? 저는 그 이유를, [피스메이커]는 '이해와 실천의 게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게임이 다루는 '이해와 실천'은 여러 종류입니다.

먼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쌓인 오래된 갈등을 이해'하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죠. 전 세계의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 둘이 뭐하며 사는지 별 관심 없을겁니다. 상당히 오랫동안 고착된 상태고, 거기까지 신경쓰기에는 신선하고 자극적인 사건이 너무 많으니까요. 그런 와중에 이런 게임이 발매되었고, 어느정도 세계의 주목을 받습니다. '저런 게임도 나와? 신기하네.'라는 소극적인 반응도 있을테고, '평소 관심을 가졌지만 모르던 일 체험하게 해줘서 고맙군.'이라는 제법 적극적인 반응도 있을겁니다. 개개인 각자의 생각과 입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게임에 대한 정보를 얻은 사람은 뭔가 반응을 보일 것이고, 실제로 플레이해본 사람은 그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0.01이라도 올라가겠죠. 좀 더 활동적인 사람이라면, 현실에서 뭔가 실천에 옮기기도 할테고.

그리고 '한 쪽 비위를 맞추면 다른 쪽이 들고 일어난다는 사실을, 플레이어가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도 게임의 중요한 목적입니다. 평화 위주로 나가면 자국내 우익 내지 과격세력이 반발하고, 그렇다고 전투 위주로 하면 상대 나라를 비롯한 세계적인 압박을 받죠. 사람이 3명만 모여도 각자 생각이 조금씩은 다르고 언쟁이 있을 수 있는데, 이건 그정도가 아니라 거대한 국가별 대치입니다. 말싸움과 화내기로 끝나지도 않고, 사람이 죽고 다치는 일이 다반사죠. 모두가 어느정도 씩은 만족하는 선에서 진행해야 하는데, 그 균형을 유지하기는 엄청나게 힘듭니다. 그렇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서로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입장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며, 처해있는 상황이 다릅니다.
그렇게 다른 둘이 바로 옆에 붙어 충돌을 하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겠죠. 두 나라도 서로 다르지만 같은 나라의 국민들 입장도 서로 달라서, 한쪽이 온건파면 다른 쪽은 강경파. 너무나 복잡하고 다단해서, 정말로 각이 나오지 않는 복잡미묘한 상황인 것입니다. 게다가 [피스메이커] 게임에서는 단순한 '이해'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야 해요. '서로가 다르다'는 사실을 반드시 이해한 후, 그걸 실제로 행동에 옮겨야 합니다. 아주 잘.


이번 아프카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이 잡혔습니다. 기독교 계열의 사람들로써, 선교를 간건지 관광을 간건지 봉사를 간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부분은 '해당 지역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하려들지 않았다.'라는 것입니다. 단순히 이슬람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얘기 이전에, 그곳이 얼마나 위험하고 날서있는 곳인지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그들이 납치된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여전히 계속되는 '몰이해' 혹은 '상황의 무시'입니다. 그 목적이 선교던지 관광이던지 봉사던지 간에, 위험 지역에 가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안전'이겠죠. 그냥 평화로운 유럽에 배낭 여행을 가도, 여행자가 실수하면 쓰리 당해 돈 잃어버리는 일 간혹 생깁니다. 그보다 훨씬 위험하고 암울한 곳에 수많은 사람들을 파견한다면, 까다롭게 조사하고 준비한 '안전 대책'이 필수겠죠. 아시다시피 그런 거 전혀 없었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뒤를 이을수 있는 '유사 범죄', 즉 '중동 지방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른 (기독교 계열) 한국인들의 납치'에 대한 대책과 실천도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오래전에 중동에서 한국의 기독교인 1명이 죽었고, 그 다음에도 많은 수의 선교사들이 납치된 사건 있었지요. 이미 그 때 다르고 위험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조심하는 실천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 반성 - 이해 - 실천은 전혀 없었고, 그래서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다른 곳은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실천해야 하며, 위험한 곳은 얼마나 위험하고 험악한 곳인지 이해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23명이 잡혔다는 현재 상황의 해결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그곳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대비하거나 함부로 인력 파견하지 않는 실천이지요.

... 이렇게는 적었지만, 과연 그들은 '다름에 대한 이해'와 '그에 알맞는 대책을 실천'하게 될까요? 그러지 않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군요.

Comments

익명
2007-07-24 17:06:49

비공개 댓글입니다.

익명
2007-07-24 17:55:57

비공개 댓글입니다.

익명
2007-07-24 20:53:37

비공개 댓글입니다.

Trackbacks


당신의 종교는..? “기독교입니다.” - www.zenguy.org
2007-07-24 19:34:04

그랬다. 누군가가 나에게 종교를 물어온다면 “기독교”입니다. 또는 “기독교 집안입니다.”라고 대답하곤 하였다. 서류상에 기입할때에도 나는 항상 기독교라는 종교를 쓰고...

이 페이지는 백업으로부터 자동 생성된 페이지입니다.

[archive.org 에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