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전적으로 직관에 의한 추측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이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이스포츠에 대해 블리자드(Blizzard)와 케스파(Kespa) 사이에 벌어진 일들은 다들 아실겁니다. 3년동안 협상을 해왔지만 제대로 되지 않아,  블리자드가 케스파와의 대화를 완전히 중단하고 그레텍(곰TV)과 손을 잡았습니다. 이에 대한 이스포츠 팬들의 반응은 블리자드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은것 같은데요. <개인적인 의견을 쓰려다 생략.>

개인적으로 짚고 싶은 것은, 왜 블리자드가 한국 땅에서 벌어지는 이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 어떻게든 협상 해보려 3년(!)이나 대화를 시도해왔는가라는 점입니다. 물론 [스타크래프트]의 원 저작권자는 블리자드니까, 자신들의 저작물이 오용되는 걸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작권 관련해서 큰 회사들이 가장 취하기 좋은 방법은 '협상'이 아닌 '법적 소송'입니다. 물론 소송이라는게 돈도 시간도 많이 들어, 이겨봤자 상처뿐인 승리일수도 있긴 합니다. 그래도 큰 회사 입장에서 취하기 가장 좋은 액션이 소송이고, 때로는 대화의 시작이 소송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블리자드는 왜 '소송'이 아닌 '협상'을 하려고 했을까요? 아마 얘기를 좋게 끝내는 것이 블리자드에게도 유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들이 새롭게 개척할 비지니스 모델, 바로 이스포츠 경기들의 해외 재판매를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소송 걸어 이긴다면 배상금(단기수익)을 받아낼 수 있겠지만, 재판매가 가능할 경기들의 인프라(장기수익)는 쑥대밭이 될테니까요.

몇 년 전 개인적으로 상상을 했었습니다. "WWE처럼 거대 돔 빌려서 경기하고 / 케이블 TV 시간 사서 방송하는 체제를 갖추면 장난 아니겠다." 많이 오버한 상상이긴 했지만, 최소한 인터넷을 통한 VOD 관람권 정도는 팔 수 있었을 것입니다. 미국 등의 해외는 인터넷을 통한 영상물의 유료 과금도 어느정도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 컨텐츠라면 뭐라도 팔릴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서양에서도 한국의 스타 리그를 음지에서라도 보는 경우는 있었고(스웨덴의 [하비스트] 개발자 8번 질문 답변에 스타 리그 얘기 등장.
), 임요환 자서전이 미국에 발간된 적도 있었음은 물론, 게임 기네스북도 2008년부터 매년 한국 선수를 무조건 1명은 다뤄주기 때문에, 의외로 서양에도 기본 팬층 / 잠재 소비층은 깔려있을수 있습니다. 문제는 컨텐츠의 생산인데, [스타크래프트] 중계 같은건 한국이 제일 잘 하고, 이건 블리자드가 아무리 노력해도 단기간내에는 따라잡기 힘들 겁니다. 실제로 경기 할 선수 및 구단 + 그걸 리그로 짜맞춰 방송 편집할 방송사, 이게 전부 한국에 있습니다. 아예 없애버리려면 모를까, 그걸 통해 돈을 벌려 한다면 블리자드가 한국을 공격(?)하기가 껄끄러웠을 것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기 컨텐츠를 팔려면 VOD 내지 케이블 TV가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좋은 플랫폼이 생겼습니다.
배틀넷 2.0이라고.

현재까지 배틀넷 2.0의 놀라운 점 중 하나는, '모드(MOD) 툴이 매우 환상적이고 / 그걸로 게임을 만든 개인이 판매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 컴퓨터 게임의 모드 툴에 + 아이폰의 앱스토어 같은걸 합한다고 보면 쉽겠죠. 블리자드는 블느님이시라 뭘 해도 잘 할 수 있을거 같고, 또한 시연용(?)으로 공개된 게임들도 눈돌아가는 수준이라 하여, 여기에 대해 많은 기대들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PC 게임 역사상, 모드는 그 자체로 판매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합니다.

모드로 시작한 성공사례 생각해보면, [카운터 스트라이크(Counter Strike)]와 [도타(Dota, Defenders of the Ancients)]가 있었습니다. 둘 다 게임 비즈니스 계에 큰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는 거성들인데,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밸브가 사서 상용화하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 [도타]는 그 자체가 돈벌었다기보다 후학들이 그에 영향받은 상용 게임을 만드는 쪽으로 나갔습니다. 물론 그동안에는 모드 라이센스 규약상 판매가 불가능하다던가 했을 수 있고, 블리자드는 그걸 풀어주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저가 만든 스테이지 만만세' 대접을 받는 [리틀 빅 플래닛(Little big planet)]의 소니(SONY)도 하지 못했고, 모드 중 일부를 스팀에 배급은 물론 덕후목표까지 달아주던 밸브조차 그건 하지 못했습니다. 애초에 스팀이라는 플랫폼 자체가 몇 년 동안의 삽질을 거쳐서야 여기까지 왔고.

PC 다운로드 판매 시장의 거성인 스팀조차도, 모드의 재판매는 감히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스팀과 배틀넷 2.0은, '어떤 게임이라도 다 된다'와 '특정 게임의 모드만 가능하다'는 큰 차이, 즉 입고 가능한 게임에 제약이 생깁니다. '스팀 깔고 그냥 사면 된다'와 '[스타크래프트 2]를 구입한 후 사야한다'에는 엄청난 장벽 차이가 있습니다. (모든 시장이 그렇듯) 수많은 모드가 나온다쳐도 떠들썩하게 팔리는 것은 일부일것이고, 모드의 특성상 훨씬 오랜 제작기간이 걸릴 수 있으므로 초기 컨텐츠 공급이 원활할지도 의문입니다.

이제 블리자드는 시장을 엽니다.
모드를 팔 수 있는 훌륭한 시장이지만, 그게 단기간내 잘 될지는 의문입니다.
그렇다면 비교적 단기간내 시장을 구축하고 판매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이스포츠의 경기 관련 컨텐츠입니다.

중계(리그) / 리플레이 / 전문가에 의한 복기 등, 한국이라는 시장에서 만들어진 [스타크래프트] 경기 관련 컨텐츠는 무궁무진합니다. 그것들 모두를 외국 유저에게 과금할 수는 없겠지만, 깊게 파고 든 다양성만큼은 맛깔날겁니다. 블리자드가 나름 엄선해 과금 체제로 서비스하게 된다면, 정말로 '새로운 시장 개척'에 '엄청난 장기 수익'을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건 시작일수 있습니다. 와우로 만든 팬 드라마 같은거, 여태까지는 유튜브에서나 알음알음 볼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고화질로 배틀넷 2.0에서 '돈 내고'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예 [개리즈 모드(Garry's Mod)]처럼, 갖고 놀면서 이거저거 동영상 찍으라는 툴을 별도로 내놓을지도 모릅니다.

*** 이 모든 글은 개인의 추측입니다. ***

Comments

익명
2010-06-03 12:05:40

비공개 댓글입니다.

익명
2010-06-03 23:02:42

비공개 댓글입니다.

익명
2010-06-04 09:56:53

비공개 댓글입니다.

익명
2010-06-04 10:04:24

비공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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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터앤미디어의 생각 - tattermedia's me2DAY
2010-06-03 10:43:34

이제 블리자드(Blizzard)는 시장을 엽니다. 모드를 팔 수 있는 훌륭한 시장이지만, 그게 단기간내 잘 될지는 의문입니다. 그렇다면 비교적 단기간내 시장을 구축하고 판매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이스포츠의 경기 관련 컨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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