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24에 특종을 낸다고 선언한 블리자드 코리아는, 오늘 대한항공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월정액 사용자에게 [스타크래프트 2(Starcraft 2)]가 공짜'라는 발표를 날렸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인벤에서 보시고, 더불어 '한국에서는 패키지를 팔지 않고 / (다운로드를 통한) 사용권만 판매한다'는 첨언을 넣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모두가 기대할 특종 치고는 좀 약합니다. 하지만 비지니스 관점으로 돌려 생각하면, 이만큼 강한게 없습니다. 이것은 블리자드가 (최소한 한국에서는) 판매 매출보다 유저의 시간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방향을 선택했다고 보이고, 즉 '사용자들의 24시간을 지배하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 셈입니다. '시간점유'에 대해서는 2009/03에 다음 김지현 본부장님의 강의를 듣고 적은 글을 참조해주십시요.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 같은 책에서 볼 수 있는 개념으로써, '게임 하느라 시간을 빼았겨 운동을 안하니 신발이 안 팔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사실 PC 게임 이용자들의 방문횟수(시간)를 노리는 움직임은 이미 있었습니다. 한국 온라인게임 상당수가 로그인시 홈페이지를 무조건 거치게 하는데, PV / UV를 늘리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거죠. 좀 더 세련된 것스팀(Steam)의 클라이언트인데, 동시접속자 숫자 등은 오래전부터 구석에 쌓아놨었고, 지금은 아예 메인에 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스팀은 '거쳐가는 사람들의 숫자'까지만 중요시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많은 게이머들이 다시 돌아와 오래 머물도록 하려는 전략은 [팀 포트리스 2(Team Fortress 2)]의 끝없는 업데이트만 봐도 알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오렌지 박스(Orange Box)] 이후 밸브의 게임들이 걸어온 비지니스의 방향성은, '유저들을 스팀에 끌어들여 못 나가게 만든다'에 맞춰져 있습니다.

위 링크의 글에서도 보실 수 있듯, '돈'이 아닌 '시간'을 놓고 다툰다는 개념은 굉장한 것입니다. 오히려 돈은 넉넉하다면 여러곳에 쓸 수 있지만, 동시에 쓸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 하나를 하면 다른걸 못합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배틀넷에서 [와우]와 [스타2]를 하는 사람은 / 동시에 스팀에서 [레프트 4 데드]를 할 수 없습니다.

네. 이런 식으로 맞붙으면 스팀과 충돌합니다. 사실은 PC로 플레이할 수많은 게임(특히 온라인)과 충돌하고, 굉장히 넓히면 세상의 모든 여가와 충돌합니다. 더불어 [와우]와 [스타2]는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유저를 잡아먹을 일도 적을 듯 싶고, 잡아먹더라도 '배틀넷 2.0' 안에서는 하나로 집계됩니다.

그런데 스팀과 배틀넷 2.0은 같고도 다릅니다. 같은 점은 서비스하는 회사가 개발한 게임을 메인으로 미는 다운로드 유통망이라는 거고, 다른 점은 밸브가 써드파티 게임들도 파는데 반해 / 블리자드는 자사 게임 + 모드 정도를 팔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둘은 충분히 다툴 수 있습니다. 스팀처럼 2백만명 동접자 스코어를 메인에서 보여줄 수 있을 때, '이제부터 우리도 써드파티 게임 팝니다~' 한마디만 붙이면... 진정한 왕국의 건립, 그리고 진짜 전쟁의 시작.

P.S. : '[와우]에 [스타2]를 끼워주는' 형식은 한국에서만 행해지는 것 같지만, 블리자드 본사의 비지니스 전략 큰 줄기를 따라갈테니, 전체적으로 '시간 점유' 싸움을 시작했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P.S. 2 : 사실 밸브라고 손놓고 있던건 아니라서, 도타(Dota) 개발한 아이스프로그(IceFrog)를 2009/10/6에 고용했습니다. 최소한 배틀넷 2.0으로 치고 들어올 블리자드에 대항마 성격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P.S. 3 : 한국에서 실물 패키지를 팔지 않겠다는 선언은, 어찌 보자면 매우 당연합니다. 미국은 유통망이 살아있으니 쓰는게 맞는거고, 한국은 흔적 정도나 겨우 남아있는 수준이니까요. 더불어 일반적인 유통은 3 (회사) : 4 (유통망-도매상) : 3 (소매상) 정도로 비용이 나뉘는데, 게임 많이 내놓지도 않아 평소에는 유통 신경쓸 필요도 없는 블리자드가, 뒤의 7을 남들에게 줄 이유도 딱히 없겠죠. 게다가 한국은 온라인 게임 클라이언트 덕분에, 해외보다 훨씬 더 다운로드 유통에 익숙해져버린 상황...

Comments

익명
2010-06-25 01:37:24

비공개 댓글입니다.

익명
2010-06-30 11:58:15

비공개 댓글입니다.

익명
2010-07-05 22:49:19

비공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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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스타크래프트 래핑 항공기 띄운다 - 새로운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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