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미담'이라기 보다, '무서운 이야기'에 가까운 이미지입니다.
시간이 지난 소식이지만, 뒤늦게 발견해 올려봅니다.
2013/10/25, 인디스태틱(Indiestatik)에 세로로 긴 이미지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덴마크의 인디 개발사 베타드와프(Betadwarf)라는 곳이 [포스드(Forced)]라는 게임을 스팀에 내기까지 3년간 겪은 일을 웹툰처럼 사진으로 구성한 내용인데요. 영어로 되어있긴 하지만, 대충 보면 어떤 내용인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This One Image Will Restore Your Faith In Indie Game Developers - 2013/10/25, Indiestatik
얼핏 보자면 "3년간 죽도록 노력해 게임을 스팀에 런칭했다"는 내용의 '미담'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내용,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이 긴 이미지에서 '돈의 액수' 관련한 내용이 딱 2번 나오는데요.
- 킥스타터에서 65,413$(약 7천1백만원) 펀딩 성공.
-> 당시 목표액은 40,000$(약 4천4백만원)이었으니, 예상보다 절반 이상 초과달성인건 맞음.
-> 2012/10부터 2012/12까지 진행한 이 펀딩에서, 발매 예상 날짜가 2013/02였고, 실제 스팀 출시 일자는 2013/10.
-> 저축한 돈이 떨어져가고 있던 중이라, 굉장히 좋은 기회였다.
- 막바지에 개인이 위험부담 떠안는 은행 대출(Private risk bank loan) 200,000$(약 2억 2천만원)을 빌림.
-> 이걸로 4개월 더 버팀.
-> 2.5년째 '배급사와 계약'을 따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위기였던 상황.
'돈의 액수'에 관한 얘기는 딱 2번만 나오기 때문에, 전체 개발액이 얼마일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2012/12까지 진행한 펀딩에서 40,000$ 목표로 삼고 2013/02에 출시하는 걸 예상했다는 걸 보면, 당시로써는 대략 1개월에 20,000$(약 2천2백만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게 아닐까도 싶습니다.
그런데 막바지에 돈이 떨어져서 200,000$ 빌린걸로는, 4개월 버틸 수 있다고도 헀습니다. 단순하게 보면 막바지 4개월동안 1개월에 50,000$(약 5천5백만원)씩 쓴 셈인데... 물론 과거에 밑진 돈을 어느정도 까느라 많이 빌린걸수도 있지만, 막바지 폴리싱 작업에서 더 많은 돈을 짧은 시간에 쓴걸 수도 있겠습니다.
이제부터 왜 이게 무서운 이야기인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이 개발사는 '돈이 없는 가난한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위 이미지 전체가 그런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이럴 경우 맨땅에 헤딩하며 개발해 제품을 내놓은 후, 그 수익으로 돈을 버는 구조입니다. '과거의 내가 진 빚을 미래의 내가 갚는다'는 방식입니다. 운 좋게도 2012/12에 마감한 킥스타터 펀딩에 성공했지만 그 전에도 2년간 소비한 비용이 어느정도는 있었을거고, 원래 계획처럼 2013/02에 출시했어도 풍족하게 살긴 힘들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정이 밀렸고, 추가로 큰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 해당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빚만 이미 2억2천만원쯤 되는데, 저게 대출 전체인지 알 수 없으므로 더더욱 엄하고요. 게다가 이 게임의 스팀 페이지 가보시면 아실텐데, '스팀에 이런것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낯선 녀석입니다. 개인적으로 제리얼넷의 에이전트를 하며 스팀 신작 리스트를 모조리 제리얼넷에 등록하고 있는데, 이 게임은 기억에 없습니다. 메타크리틱 점수도 69점이라 애매하게 낮은 편이고요. 그저 '스팀에 있는 또 다른 게임'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렇게 잘 팔리지는 않을 겁니다. 즉 이 게임의 판매 수익으로 대출 갚기 힘들겁니다. 원금은 둘째치고 이자는 어떻게 될까... 연리 5%로만 생각해도, 1년에 1천 1백만원 이자...
게다가 이 개발사는 '대규모 팀'을 꾸려왔습니다. 이미지에서는 시작부터 8명이라 했고, 홈페이지에서는 현재 12명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3년 걸려 첫 게임을 내놓은 인디 팀 치고는 매우 대규모입니다. 2~3인 정도의 작은 팀이라면, 그렇게 잘 팔리지 않아도 어떻게든 버티며 차기작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규모가 너무 큽니다. 만약 월급 주는 형태로 운영한다면, 1인에 2백만원만 계산해도 1달에 2천4백만원은 필요합니다. 물론 전원이 수익 분배로만 받는 구조일수도 있겠지만, 그랬다면 마지막 4개월을 위해 2억2천만원이나 대출받지는 않았을 거고요.
안타깝지만 이 팀이 첫 게임부터 대규모 팀으로 장기간 만든건 너무 위험이 컸습니다. 물론 그렇게 대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대실패가 있고, 어느정도 성공했어도 차기작 만들 돈이 부족해 절절매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게임 독립 만세" 읽어보신 분들은 수많은 사례를 접하셨을테니, 굳이 이 글에 추가로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더불어 대규모 팀으로 장기간 만들다가 예산과 시간 부족까지 된 주 이유는, 아마 이게 첫 작품이기 떄문일 겁니다. 경험이 없어서 저랬을겁니다.
만약 이 게임이 킥스타터 펀딩에 성공한 예산과 에상 시점에서 완성되고 출시되었다면, 나름대로 '미담'으로 여기며 즐겁게 소식을 퍼트려도 될겁니다. 하지만 기한도 늘어나 예상보다 훨씬 늦게 출시된데다 2억2천만원 정도의 빚까지 추가로 지게 된 현 상황은, 확실히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이 이야기에 격려받지 마세요. '미담'이 아니라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2013/10/25, 인디스태틱(Indiestatik)에 세로로 긴 이미지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덴마크의 인디 개발사 베타드와프(Betadwarf)라는 곳이 [포스드(Forced)]라는 게임을 스팀에 내기까지 3년간 겪은 일을 웹툰처럼 사진으로 구성한 내용인데요. 영어로 되어있긴 하지만, 대충 보면 어떤 내용인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This One Image Will Restore Your Faith In Indie Game Developers - 2013/10/25, Indiestatik
얼핏 보자면 "3년간 죽도록 노력해 게임을 스팀에 런칭했다"는 내용의 '미담'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내용,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이 긴 이미지에서 '돈의 액수' 관련한 내용이 딱 2번 나오는데요.
- 킥스타터에서 65,413$(약 7천1백만원) 펀딩 성공.
-> 당시 목표액은 40,000$(약 4천4백만원)이었으니, 예상보다 절반 이상 초과달성인건 맞음.
-> 2012/10부터 2012/12까지 진행한 이 펀딩에서, 발매 예상 날짜가 2013/02였고, 실제 스팀 출시 일자는 2013/10.
-> 저축한 돈이 떨어져가고 있던 중이라, 굉장히 좋은 기회였다.
- 막바지에 개인이 위험부담 떠안는 은행 대출(Private risk bank loan) 200,000$(약 2억 2천만원)을 빌림.
-> 이걸로 4개월 더 버팀.
-> 2.5년째 '배급사와 계약'을 따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위기였던 상황.
'돈의 액수'에 관한 얘기는 딱 2번만 나오기 때문에, 전체 개발액이 얼마일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2012/12까지 진행한 펀딩에서 40,000$ 목표로 삼고 2013/02에 출시하는 걸 예상했다는 걸 보면, 당시로써는 대략 1개월에 20,000$(약 2천2백만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게 아닐까도 싶습니다.
그런데 막바지에 돈이 떨어져서 200,000$ 빌린걸로는, 4개월 버틸 수 있다고도 헀습니다. 단순하게 보면 막바지 4개월동안 1개월에 50,000$(약 5천5백만원)씩 쓴 셈인데... 물론 과거에 밑진 돈을 어느정도 까느라 많이 빌린걸수도 있지만, 막바지 폴리싱 작업에서 더 많은 돈을 짧은 시간에 쓴걸 수도 있겠습니다.
이제부터 왜 이게 무서운 이야기인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이 개발사는 '돈이 없는 가난한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위 이미지 전체가 그런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이럴 경우 맨땅에 헤딩하며 개발해 제품을 내놓은 후, 그 수익으로 돈을 버는 구조입니다. '과거의 내가 진 빚을 미래의 내가 갚는다'는 방식입니다. 운 좋게도 2012/12에 마감한 킥스타터 펀딩에 성공했지만 그 전에도 2년간 소비한 비용이 어느정도는 있었을거고, 원래 계획처럼 2013/02에 출시했어도 풍족하게 살긴 힘들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정이 밀렸고, 추가로 큰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 해당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빚만 이미 2억2천만원쯤 되는데, 저게 대출 전체인지 알 수 없으므로 더더욱 엄하고요. 게다가 이 게임의 스팀 페이지 가보시면 아실텐데, '스팀에 이런것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낯선 녀석입니다. 개인적으로 제리얼넷의 에이전트를 하며 스팀 신작 리스트를 모조리 제리얼넷에 등록하고 있는데, 이 게임은 기억에 없습니다. 메타크리틱 점수도 69점이라 애매하게 낮은 편이고요. 그저 '스팀에 있는 또 다른 게임'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렇게 잘 팔리지는 않을 겁니다. 즉 이 게임의 판매 수익으로 대출 갚기 힘들겁니다. 원금은 둘째치고 이자는 어떻게 될까... 연리 5%로만 생각해도, 1년에 1천 1백만원 이자...
게다가 이 개발사는 '대규모 팀'을 꾸려왔습니다. 이미지에서는 시작부터 8명이라 했고, 홈페이지에서는 현재 12명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3년 걸려 첫 게임을 내놓은 인디 팀 치고는 매우 대규모입니다. 2~3인 정도의 작은 팀이라면, 그렇게 잘 팔리지 않아도 어떻게든 버티며 차기작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규모가 너무 큽니다. 만약 월급 주는 형태로 운영한다면, 1인에 2백만원만 계산해도 1달에 2천4백만원은 필요합니다. 물론 전원이 수익 분배로만 받는 구조일수도 있겠지만, 그랬다면 마지막 4개월을 위해 2억2천만원이나 대출받지는 않았을 거고요.
안타깝지만 이 팀이 첫 게임부터 대규모 팀으로 장기간 만든건 너무 위험이 컸습니다. 물론 그렇게 대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대실패가 있고, 어느정도 성공했어도 차기작 만들 돈이 부족해 절절매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게임 독립 만세" 읽어보신 분들은 수많은 사례를 접하셨을테니, 굳이 이 글에 추가로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더불어 대규모 팀으로 장기간 만들다가 예산과 시간 부족까지 된 주 이유는, 아마 이게 첫 작품이기 떄문일 겁니다. 경험이 없어서 저랬을겁니다.
만약 이 게임이 킥스타터 펀딩에 성공한 예산과 에상 시점에서 완성되고 출시되었다면, 나름대로 '미담'으로 여기며 즐겁게 소식을 퍼트려도 될겁니다. 하지만 기한도 늘어나 예상보다 훨씬 늦게 출시된데다 2억2천만원 정도의 빚까지 추가로 지게 된 현 상황은, 확실히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이 이야기에 격려받지 마세요. '미담'이 아니라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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